영화리뷰3 가타카 (유전자 결정론, 빈센트와 유진, 미니멀리즘) 완벽한 유전자를 가진 사람이 반드시 더 나은 삶을 살까요? 1997년작 '가타카(Gattaca)'를 처음 봤을 때 저는 이 질문 앞에서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겉으로는 냉정한 SF 영화처럼 보이지만, 볼수록 이건 그냥 영화가 아니라 지금 이 시대에 대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계를 선고받은 사람이 그 선고를 거부했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가타카는 그 답을 아주 우아하게 보여줍니다.유전자가 신분을 결정하는 세계, 그리고 그것을 거부한 한 사람일반적으로 SF 영화라면 화려한 우주선이나 외계인 전투를 떠올리기 마련입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런 기대를 갖고 봤는데, 가타카는 시작부터 완전히 달랐습니다. 이 영화의 무대는 총성도 폭발도 없는, 고요하고 정돈된 미래 사회입니다. 그 고요함이 오.. 2026. 4. 8. 그린북 : 편견의 벽, 품위와 용기, 진정한 우정 처음 그린북을 봤을 때, 토니 역의 배우가 반지의 제왕에서 아라곤을 연기했던 비고 모텐슨이라는 걸 영화가 끝날 때까지 전혀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1960년대 미국 남부를 배경으로 인종차별의 벽과 맞서는 두 남자의 이야기인데, 알고 보면 이건 단순한 로드무비가 아닙니다. 편견이 일상이었던 시대에 품위와 진심으로 그 벽을 허문 실화입니다.편견의 벽 — 무대 위와 무대 아래의 간극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인종차별을 다룬 영화가 또 나왔구나 싶었는데, 그린북이 보여주는 방식은 조금 달랐습니다. 직접 겪어보니 라는 표현이 어울리게도, 화면 속 차별의 장면들이 뉴스나 역사책에서 읽은 것과는 전혀 다른 무게로 다가왔습니다.영화의 배경인 1960년대 미국 남부는 인종 분리 정책(Racial .. 2026. 3. 19. 태극기 휘날리며 : 희생관 변질, 이데올로기, 형재애 전쟁 영화를 보면서 운 적이 있으신가요? 저는 솔직히 그런 영화가 많지 않았는데, 태극기 휘날리며는 달랐습니다. 처음 볼 때는 스펙터클한 전투 장면에 압도당했지만, 두 번째 볼 때는 내내 눈을 제대로 뜨기가 힘들었습니다. 2004년 개봉 당시 1,174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당시 역대 1위를 기록한 이 영화는, 단순한 흥행작이 아니라 한국 전쟁의 민낯을 가장 직접적으로 들이민 작품입니다.희생과 변질 — 사랑이 괴물을 만들다영화를 처음 봤을 때 제가 가장 충격받은 건 전투 장면이 아니었습니다. 형 진태(장동건)의 눈빛이 변해가는 과정이었습니다. 초반에 동생 진석(원빈)의 군모를 고쳐 씌워주던 그 손길이, 어느 순간 부하의 목숨을 대가로 전공을 챙기는 손이 되어 있었습니다. 이 변모를 심리학에서는 도덕적 .. 2026. 3. 19.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