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3 택시운전사 : 각성, 연대, 기록 1980년 5월, 광주는 외부 세계와 완전히 단절된 채 고립되어 있었습니다. 그 고립된 도시의 진실을 세상에 알린 건 카메라 하나를 든 독일 기자와, 돈 10만 원에 그를 태운 평범한 택시 운전사였습니다. 제가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스크린 앞에서 숨을 참고 있는 제 자신을 뒤늦게 발견했습니다. 그 장면들이 머릿속에서 쉽게 빠져나가지 않았습니다.각성 — 방관자에서 조력자로 바뀌는 순간영화 전반부의 김만섭은 솔직히 말해서 그리 영웅적인 인물이 아닙니다. 시위하는 대학생들을 보며 혀를 차고, 밀린 월세를 어떻게 낼지 걱정하며, 딸 하나 잘 키우는 것만으로도 벅찬 전형적인 소시민입니다. 영화가 이 장면들을 가볍고 코믹하게 풀어내는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그런 평범함이 나중에 찾아올 '각성(覺醒)'의 무게를.. 2026. 3. 19. 영화 괴물 (가족애, 괴물의 탄생, 봉준호식 블랙 코미디) 괴수 영화에서 괴물이 대낮에 사람들 앞에 당당히 나타나면 긴장감이 사라질까요? 오히려 그 반대였습니다. 2006년 개봉한 영화 괴물은 첫 장면부터 한강 둔치에 괴물을 풀어놓으며 기존 장르의 공식을 완전히 뒤집었습니다. 저 역시 개봉 당시 친구들과 극장에서 처음 봤을 때,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수준의 크리처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현재 한국 영화 역대 관객 수 7위를 기록하고 있는 이 작품은, 단순한 괴수물이 아니라 한국 사회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회 풍자극이었습니다. 무능한 국가와 가족애영화 속에서 국가 시스템은 시민을 보호하는 방패가 아니라 오히려 시민을 가로막는 거대한 벽으로 그려집니다. 존재하지도 않는 바이러스를 내세워 공포를 조장하고, 피해자인 주인공 .. 2026. 3. 18. 극한직업 : 반전 설정의 힘, 배우들의 케미와 연기력, 장르적 완성도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이것은 갈비인가 통닭인가 예, 수원 왕갈비통닭입니다."긴 문장임에도 불구하고 한 때 국민들 사이에서 유행어처럼 맴돌던 대사의 주인공이 영화 극한직업은 해체 위기에 처한 마약반 형사들이 범죄 조직을 잡기 위해 위장 창업한 치킨집이 뜻밖의 대박을 터뜨리며 일어나는 소동을 보여주는 코미디 영화이다.형사에서 치킨집 사장으로, 반전 설정의 힘극한직업의 줄거리는 사실 단순합니다. 실적은 바닥이고 사고만 치는 마약반 형사 5명이 해체 위기에 몰리자, 마지막 기회로 국내 최대 마약 조직을 잡기 위해 잠복 수사에 들어갑니다. 그런데 문제는 범죄 조직의 아지트 바로 앞에 있는 치킨집이었죠. 감시를 위해 인수한 치킨집이 예상 밖으로 대박이 나면서, 형사들은 점점 본업인 수사보다 치킨 장사에 더.. 2026. 3. 18.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