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택시운전사는 광주 민주화 운동의 진실을 세계에 알린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와 그를 도운 어느 택시 운전사 (극 중 김만섭)의 실제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이다.
평번한 택시 운전사로 일하던 김만섭은 광주로 가면 거액의 돈을 준다는 외국인 손님의 얘기를 듣고 곧바로 손님을 태우고 광주로 향하지만, 그곳에서 목격한 참혹하고 충격적인 현실을 통해 점차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용기 있는 모습으로 변하게 된다.
각성 : 제삼자의 방관자에서 목격자로, 목겨자에서 조력자로
영화의 전반부는 평범한 택시 운전사인 주인공과 그 주변인들을 보여주면 생활 밀착형 코미디 형식으로 흘러간다. 영화의 주된 주제인 민주화 운동이나 정치적 문제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하나뿐인 딸을 위하는 아버지로서 밀린 월세를 걱정하는 평범한 소시민의 모습을 보여주고, 시위하는 대학생들을 보며 '공부나 하지' 라며 혀를 차는, 왜 그러는지에 대해는 일절 관심이 없는 단순 방관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던 중 거금 10만 원을 받기 위해 독일 기자를 태우고 광주로 향하면서 방관하던 주제의 한가운데에 던져지게 되면서 이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각성을 하게 된다.
만섭이 감정이 폭발하며 처음 각성을 하게 되는 지점은 위험하다고 판단하고 혼자 광주를 빠져나와 집으로 돌아가던 중 들린 식당에서 국수를 먹다 서비스로 준 주먹밥 보고 광주에서 받았던 주먹밥을 떠올리고, 딸에게 줄 선물로 새 신발을 옆에 두고 눈물을 흘리며 고민하다 광주로 돌아가려고 결심하는 장면이다.
딸에게 전화해서 울음을 참으며 손님을 두고 왔다며 조금 늦을 거 같다고 말하는 그는 거창한 민주주의 투사로서 하는 말이 아니라 사람으로서, 택시 운전사로서 손님을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인간 된 '도리'로서 내뱉는 말이었다. 그 선택은 개인의 생존 본능이 인류애적 양심으로 바뀌는 과정을 섬세하게 잘 표현하였다.
그렇게 광주로 돌아간 만섭은 사상자가 발생한 현장에서 상심에 빠져있는 피터를 강하게 조력하며 지금 일어나는 일들을 알리기 위해 더욱 힘을 쓰고 부추기며 적극적인 모습으로 바뀌게 된다.
연대 : 주먹밥과 기름
택시운전사는 한 개인의 영웅담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광주 시민들이 보여주는 집단적 선의를 보여준다. 군부 정권에 의해 외부 세계와 완전히 차단된 채 고립된 광주는 지옥과 다름없지만, 그 안에서 피어난 시민들의 연대는 눈물겹게 아름답다. 낯선 외지인인 서울 택시 운전사와 외국인에게 광주 시민들은 집을 내어주고, 밥을 내어주고, 기름도 공짜로 주고, 스스럼없이 주먹밥을 나눠주는 등의 모습은 관객들로 하여금 그들의 연대를 느끼며 뭉클하게 만듭니다.
특히 죽을 위험을 무릅쓰고 만섭과 피터를 안전히 서울로 갈 수 있게 광주 택시들이 호위를 해주며 추격전을 벌이는 장면이나, 검문소에서의 긴장감 넘치는 장면 등은 영화로서의 극적 재미를 위한 장치기도 하지만, '함께 싸우고 있다'는 강력한 연대감을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그러한 시민들의 연대를 끊어내는 군인들의 무력은 단순히 시위대를 향한 게 아니라 우리 주변의 이웃을 향한 것이라는 걸 상기시키게 한다.
영화는 주인공 만섭이라는 외부자의 시점을 통해 가장 참혹하고 처절한 현장에서 역설적으로 가장 숭고한 인간성이 발현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기록 : 낡은 택시에 실린 필름, 세상을 깨운 그때의 진실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피터)가 삼엄한 감시를 뚫고 광주의 참상을 필름에 담아낸 과정은,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민주주의가 수많은 이들의 용기 있는 증언 위에 세워졌음을 말해준다. 신문과 방송이 통제되고 거짓 뉴스로 선동하던 시절, 피터의 카메라는 광주의 진실을 전 세계로 실어 나르는 유일한 창구였습니다. 과자 통에 숨겨진 필름은 단순한 기록물을 넘어, 죽어가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대신 전하는 생명선과도 같았다.
영화의 엔딩에서 실제 힌츠페터 기자의 인터뷰 영상이 나올 땐, 하나의 잘 만든 영화로 보던 관객들에게 실화의 무게감을 선사한다.
힌츠페터는 죽기 전까지도 자신을 도와주었던 '김사복'이라는 이름 하나로 그를 찾고 싶어 했습니다. 그 시절 두 사람의 만남은 우연이었을지언정, 그들이 함께 달린 길은 한국 현대사의 물줄기를 바꾼 필연적인 여정이 되었습니다.
진실은 결코 가릴 수 없으며, 누군가의 용기 있는 기록이 있다면 반드시 세상에 드러난다는 진리를 영화는 묵직하게 전달하고 있습니다.